2013년 2월 2일 토요일

우리 집 그 양반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우리 집 그 양반
아직 젖비린내 가시지 않은
봄 새벽에
빼앗긴 집에서 쫓겨나
몰래 기차 숨어타고
만주벌판으로 가야했다는
그 양반
책속에만 나오는
고조선처럼 고구려처럼
그곳에서 말달리며
총 쏘고 칼 휘둘렀다는 그 양반
장마로 축축하게 젖어
다 허물어져 가는
여름 한낮에 돌아와
서까래 놓고 기둥 일으켜
다시 집 우뚝 세워놓았다고 하는
그 양반
그 옛날 아버지처럼
우직한 소 끌고가
논으로 밭으로 흙 갈고 있는 그 양반
과수원 나무에
가지치기 하는 그 양반
곡식 잘 자라고
열매 잘 익었으니
이제 잘 키워놓은 가을을
추수하는 그 양반
다가올 겨울과 싸움을 준비라는
우리 집 그 양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