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일 토요일

끝이 까맣게 탄 새 풀잎 -김용택-

봄을 느껴보고 싶고, 봄을 보고싶습니다.
푸른 눈을 틔우는 나뭇가지 끝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고,
나물을 뜯어보고 싶고,
푹신푹신한 좁은 논두렁길을 천천히 걷고싶고,
논둑밭둑에 돋아나는 풀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내 뺨에 부는 감미로운 봄바람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고
치마폭을 나부끼며 마을을 벗어난
흙길을 해질때까지 걷고 싶고
양지바른 언덕에 앉아
해바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시냇물이 흐르는 강가에
버들강아지 부드러운 솜털을 가만히 만져보고 싶고,
마른풀을 태운 강변, 새까만 재밑에서
돋아나는 끝이 까맣게 탄
풀잎들의 파란 몸을 보고싶고
얕은 강물로 나온 잔고기떼들의
희고 반짝이는 새 몸을 보고싶습니다.
이 모든 것들 중에서,
그 모든 것들 중에서
실은...
당신이...
제일 많이...
....보고싶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