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내가
때때로 흘렸던 피는 가짜였다
총이나 칼에 맞아 쓰러지는
연극의 한 장면에
나올 법한 속임수였다
붉게 위장한
배 부른 막시즘이었다
머리속에서 줄어든 뇌 채우려고
붉은 띠 두른 운동가였다
그래서 피 많이 흘리고도
아무렇지 않게 희희낙락 하루를 보냈다
아니 일부러 바닥을 구르며
세상에 겁을 주었다
어느 나라에서는
어린 딸의 어머니가
초경의 피를 손가락에 찍어
소녀의 이마에 바른단다
진담이다
이제 내게도 몸밖으로 나와
진실한 이야기를 건네줄
피를 원한다
까닭도 없이 터져나오는
최초의 하혈처럼
하늘에 떠 있어
환하게 쏟아져 내리는
달빛의 이유처럼
백년 동안을
멈추지 않고 내리는 소나기처럼
우주의 섭리 같은
진담의 피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