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상륙 작전 때처럼
시월 바다에 만발한
국화 보러 가잔다
폐허 위에 우뚝 선 나라에
바다를 막고
쓰레기 그냥 버렸는데
춘궁기 한참을 지나고 보니
꿋꿋하게 일어선 꽃 대궁
지천의 들판이네
너의 속내 들여다 보면
빛도 없는 그늘에서
어린 목숨 건질려고
철사끈으로
허리 질끈 동여맨 시절이었지
하루를 넘기려고
거친 노동으로
굳은 살 들고 피멍 든 시대였지
속이 다 타버리고
몸 성한 어느 한 군데 없어
네 빛깔이 그리 고울까
그것도 모르고
나는 얼굴 가까이 들이밀며
고운 향기를 찾아 다니는구나
너를 곁에서 더 보겠다고
가여린 팔을
이리 흔들고 저리 흔들었구나
이제는 어디서든
지지 말아라 꽃 피지 말아라
너를 죽였던 마음도
너를 살렸던 마음도 용서하고
거뜬하게 한세상 지냈으니
꽃 밟고 떠나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