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0일 금요일

불의 연주

목숨 가진 것들은
심장 속에 뇌 속에
불씨를 가득 숨기고 있어서
서로 부딪혀야 타오르는 것이다
저들이 우연히 기름으로
혹은 석탄으로, 혹은 장작으로
눈빛을 던져주고 나누면서
마음을 건네주고 섞으면서
생이 뜨거워지는 것을 보아라
어떤 불은 위에서부터
북소리 같은, 장구소리 같은
함성을 지르고
어떤 불은 밑에서부터
꽹과리소리 같은, 징소리 같은
비명을 지르고
저것이 신명나게 하는 연주다
온몸을 활활 달구었으니
붉은 용암의 강으로 흘러내려
얼음이 발 디딜 곳이 없겠다
제가 먼저 스러지면서
불을 확 질러주니
저것이 껍질까지 남김없이
베풀고 가는 보시布施의 열매다
손도 결코 잡지 않고
가슴도 전혀 맞대지 않고
이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절절 끓어 오르는 것은
그대와 내가 불이기 때문이다
뜨거운 연주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