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1일 토요일

유령처럼 망령처럼

어제 한밤중부터
날 새도록 고양이 울었는데
오늘 새벽에는 까마귀 울고 있다
낡아 부서진 지붕 위에서
깨져 금간 창문 아래에서
유령이 서성거리고 있다
망령이 돌아다니고 있다
떨어질 목숨 무겁게 짓누른다고
대추나무 가지 잘려나가고
꽃밭은 온통 파헤쳐져
비 내리더니 진흙탕이 되었다
한 번도 쓰지 않은 생에
너무 쉽게 근조謹弔를 붙였다
혼은 어느 틈에 버려두고
껍데기만 어깨에 걸치고 다니는 것들
넋은 누구에게 벌써 건네주고
허물만 머리에 쓰고 다니는 것들
화창한 날에는 온데간데 없다가
흐리고 컴컴한 날에는
어김없이 나타나는 무덤의 자식들
어쩌면 내 속에
괴물 같은 것이 있어서
대추나무에 앉지 못하고
까마귀처럼 울고 있었던 것이다
꽃밭에서 쫓겨나간
고양이처럼 울고 있었던 것이다
유령처럼 망령처럼
내가 본 것이 전혀 없어서
내가 울고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