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5일 수요일

돌밭에서

세월을 타
바위도 쪼개지고 갈라져
산은 깊은 골을 만든다

두꺼운 껍질에
붉은 모가지를 한 육송이
결결이 바위들을 벌려놓아
돌부스러기를
겨울 옷인 양 입은 산

돌밭을 내려갈 때
무르팍에 실려오는 중력의 고통
비탈을 타고오를 때
끊어질 듯 아파오는 허리

저 위 능선이 아무리 평지라도
세상을 버리고 싶을 만큼
온몸이 뒤틀려온다

일단 능선만 오르면
다시는 애 안 낳겠다던 여인의 절규는
암벽 타고오는 상승기류에 말끔히 씻겨간다

산과 산을 이은 공간에
펼쳐지는 저녁 노을의 찬사

그래서 사람은 사는가 보다
그래서 사람은 참는가 보다
그래서 사람은 눈감아 주나 보다
그래서 사람에게 내일은 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