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9일 금요일

메밀꽃 필 무렵 -또 하나의 사랑 -전소영-

메밀꽃 필 무렵이면
소금을 뿌린 듯 달빛이 하얗게 흩어집니다.
애잔한 꽃향기 산허리에 흐르고
가슴 속엔 메밀 대궁처럼
붉은 그리움이 돋아나
가슴을 쪼개어 소금을 뿌려 대던
눈물어린 세월이 강물처럼 밀려듭니다.
봉평에서 대화 장
달빛 젖어 내리는 산 길 칠십 리
그대 아린 가슴을 도려내어
그 짧고 기막힌 인연의 끈을 이었기에
나귀는 철굽을 수만 번 갈았습니다
무명필 주단 바리 차곡차곡 접어 넣어도
그리움에 젖어 강물은 흘러가고
인연 따라 걸어가는 산허리 길
산길도 여름 장 나귀도 지금은 없지만
옥수수 잎새에 달 빛 짙푸르게 흐를 때
반평생 기다림을 채찍에 감아 휘두르면
방울 소리만 메밀밭으로 하얗게 흩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