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9일 금요일

압록역이라고 있다

당신은 열차를 타고
저 윗동네 북녁의 어디 아닌
남도땅을 휘돌아가다가
섬진강을 지켜보는
압록역에 닿을 수 있다
하루에 일곱 번 밖에 서지 않고
다섯 명도 채 타지 않는다는
빈손 같은 간이역이다
압록역에는 폐교처럼
사라져 가는 것만 있다
산안개처럼 떠나가는 것만 있다
여기가 나무 집결지였다
지게에 실려온 놈에다
우마차에 끌려온 놈에다
뗏목 타고 건너온 놈에다
뱃장 좋게 차 타고 온 놈까지
죄다 압록역에 모여 놓다가
서울로 올려보냈다
나무 대신 연탄을 땐다고
여기 모래가 최고 중의 최고라고
또 몽땅 서울로 실려갔다
나를 먹여 살린 압록역이다
강도 흐르고 역도 흐르고
내가 또 압록역에서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데
베어지고 파냈던 상처도
압록의 강물로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