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향기를
그렇게 많이 얻고도
값을 치루지 않았으니
욕설 같은 겨울이 오는 것이지
열매를
그렇게 다 따 가져갔으면서도
한 몫 내지 않았으니
험담 같은 겨울이 오는 것이지
단풍으로
그렇게 환한 미소를 지었으면서도
삯을 쳐주지 않았으니
매질 같은 겨울이 오는 것이지
그래서 오늘은 12월 초하룻날이라
비가 오고 눈이 오는 것이다
화대花代도 내지 않고
감히 누구를 엿보는 것인지
아서라, 말아라
저 꽃집 아예 문 닫기 전에
다른 이들 외면하고 냉대하는
거름 주고 희생하는 일
부지런히 하고 돈 많이 벌어서
꽃 하나 사면
내방 화병에 꽂아놓아야지
부자처럼 서랍마다
열매 가득 채워놓아야지
벽에는 언제나
미소 짓는 자화상 걸어놓아야지
올 겨울에는 화대花代 두둑하니
온종일 방에 틀어박혀
열매 꺼내 먹으며
꽃하고 웃으며 지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