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6일 월요일
신천희의 ´그림자는 착하다´ 외
<그림자 동시 모음> 신천희의 ´그림자는 착하다´ 외
+ 그림자는 착하다
내가 하는 짓을
보고 그대로 배우는
그림자는 착하다
밝은 곳에서
떳떳하게 하는 짓은
좋다고 따라하지만
어두운 곳에서
몰래하는 짓은
절대 따라하지 않고
도망가 버린다
(신천희·승려 시인)
+ 새를 보며
새의 그림자는
하늘을 날지 않습니다
재잘재잘
말 많은 새가 창피해서
높이 난다고
뽐내는 새가 부끄러워서
몸을 낮추고
또 낮추어서
땅으로 살살 기어갑니다
(신천희·승려 시인)
+ 그림자로 대답하기
해님은 날마다
출석을 그림자로 확인한다.
온 세상 모두가
일 학년 교실처럼 대답하다가는
지구의 귀가 터져 버릴지도 모르니까.
키 큰 가로수는 길게
세 살배기 우리 아가는 짧게
육 학년 언니는 조금 길게
모두모두 그림자로 대답을 한다.
(윤이현·아동문학가)
+ 그림자
친구야 우리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함께 노래하며 걸을 때
작은 내 키만큼 높은 내 목소리
곱게 섞이어 푸른 하늘로 울려 퍼지고
네 뒤를 따라다니는 긴 그림자와
내 뒤를 붙어 다니는 짧은 그림자
하나로 포개어지는 걸
넌 본 적이 있니?
친구야 그렇게 포개어진 그림자가
우리 손 흔들며 헤어질 때
서로 바뀌어
내 그림자를 너희 집으로
네 그림자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가는 걸 알고 있니?
떨어져 있어 보고픈 동안
우린 서로 바뀐 그림자를 갖는다는 걸
난 오늘에야 알았단다.
(신형건·아동문학가)
+ 그림자
타는 듯한 여름 뙤약볕을
피할 곳이 없는 광장이었어.
이마를 찡그리며 서 있는데
아빠가 살며시 손을 끌더니
등 뒤에다 나를 숨겨 주셨어
키 큰 그림자 뒤에 숨었지.
큰 나무 한 그루 그늘 아래
작은 나무 한 그루처럼
가만히 서 있었지.
(오지연·아동문학가)
+ 그림자
학교에서 숙제가 그림자로 따라왔다.
집에 오니 영어 학원 그림자가 들러붙었다.
피아노 학원 그림자가 들러붙었다.
글짓기 학원 그림자가 들러붙었다.
바둑 학원 그림자가 들러붙었다.
나는 그림자를 가위로 똑똑 잘라 옷장에 걸어 두었다.
이튿날 그림자들을 꽁꽁 묶어
그림자 나라로 소포 보냈다
(이옥용·아동문학가)
+ 그림자 싸움
병태와 싸워서
선생님께 불려 간 날
억지로 손을 잡게 시키신 후
교문 나갈 때까지
절대 놓지 말라고 하신다
오늘따라 교문은 멀고
병태는 밉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데
그림자가 먼저 간다
나는 그림자 손으로
병태의 그림자를 툭 쳤다
병태도 그걸 봤는지
그림자 발로
내 그림자를 툭 찬다
그림자가 싸운다
그림자가 엉킨다
그림자가 춤춘다
그림자가 킬킬거린다
(이장근·아동문학가)
+ 그림자
밤이면
내 등뒤에서
언제나 따라 다니는
그림자.
아침이 밝아오면
너무 힘이 들어
조용히 잠드는
그림자
그림자는
참 좋은 나의 친구
(조동천·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김소운의 ´해바라기´ 외 "> 오세영의 ´그릇´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