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8일 수요일

화병 속 마른 꽃

삼월의 시장에 들러
당신에게 드린다고
봄한테 한 몫 주고 사온 꽃
별안간 소식이 끊겨
건네주지 못하고
오래도록 화병에 꽂아두었네
잊고 지낸 시간이 수삼 년이라
화병 속에서
꽃 피고 지고 잎 푸르더니
어느새 바닥에 지천으로
낙엽이 쌓여
발길에 흔적없이 사라져 버렸네
당신, 나 잊고 지낸 줄
진작 알았지만
오늘도 밤 늦도록
화병 속 당신만 바라보고 있네
나, 당신
마른 꽃 붙잡고 통곡을 할까
차라리 저 상사병 부숴버릴까
차라리 저 숨은꽃 내다버릴까
꽃병 속에 말라 비틀어진
당신을 바라보기 싫어서
혹시, 여름의 소나기로
겨울의 함박눈으로 내린다면
나를 감당할 수 있을까
오늘 화병 속 마른 꽃 보다가
당신이 심었다는 나무 한 그루가
당신이 자주 간다는 숲 하나가
당신이 살았다는 산 하나가
마른 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