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7일 화요일

맥문동 같은 그 여자

내몸의 어느 곳에
기침 가래 하며
폐결핵으로 앓아 누운 것이
틀림없이 있을 것 같아
그렇지 않고서야
오랫동안 지나쳤던 길에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맥문동이
오늘은 눈에 들어오는 게
도대체 뭐냐 말이지
맥문동 같은 그 여자
삼베 적삼으로 겨우 살빛 감추고
고개 숙인 채, 키 낮춰
나무그늘에 숨어 지내는
그 여자, 단아한 풀이여 꽃이여
내가 그토록 헛것을 보았었나
네가 여태 본 내가 헛것이었나
깊은 손으로
우물을 길어 올려
한 모금도 새나가지 않게
제 몸에 담아 두고는
입을 앙다물어 저를 다구치는
그 여자, 강인한 뿌리여 열매여
한 해 더 희생해야
잎 두터워지고 윤택해진다는
천둥 벼락 같은 소리에
나와 같이
상처투성이의 너를
뒤뜰 한 구석에 던져 놓았더니
어느새 반듯하게 허리 펴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