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7일 토요일
정연복의 ´낙엽´ 외
<낙엽 시 모음> 정연복의 ´낙엽´ 외
+ 낙엽
도봉산 비스듬히
다락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길
서로를 보듬어 품은 채로
나란히 누운 낙엽들
뭇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푸르고 붉던 시절이야
한 점
아쉬움 없이 작별하고
초겨울 고운
연분홍 햇살 아래
저렇게 고요히
대지의 품에 안긴
너희들은
영락없는 성자(聖者)들이다
+ 낙엽을 밟으며
한철 그리도 푸른빛으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던
무성한 잎새들
한 잎 두 잎 쓸쓸히
낙엽으로 지면서도
알록달록 폭신한 카펫을 깔아
세상을 오가는 이들의 발길 아래
제 마지막 생을 바치네.
인생의 사계(四季) 중
어느 틈에 가을의 문턱을
훌쩍 넘어섰으니
이제 이 목숨도
낙엽 되어 질 날
그리 멀지 않았으리.
지나온 세월이야
더러 회한(悔恨)으로 남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일
내 생의 나머지는
그 무엇을 위해 빛나다가
고분고분 스러져야 하는가.
휘익, 한줄기 바람이 불어
몇몇 남은 잎새들 지네
+ 낙엽을 보며
변함없는 사랑으로
너와 나
한세월 다정한 동행이었다가
우리의 목숨 낙엽 되어 지는 날
너는 나의 가슴에
나는 너의 가슴에
그저 단풍잎 한 장의 고운 추억으로
남고 싶어라
+ 인생
어차피 살아야 할
인생이라면
눈물 같은 소주를 마시며
잠시 슬픔과 벗할지언정
긴 한숨은
토하지 않기로 하자
아롱아롱 꽃잎 지고서도
참 의연한 모습의
저 나무들의 잎새들처럼
푸른빛 마음으로 살기로 하자
세월은
훠이훠이 잘도 흘러
저 잎새들도
머잖아 낙엽인 것을.
* 정연복(鄭然福) : 1957년 서울 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