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멀리서
천둥 치는 포성 들려오고
철새들 무리지어
일제히 날아오는 것을 보니
하룻밤 사이에
겨울이
삼팔선 넘어 쳐들어오나 보다
건너갈 다리 끊어지기 전에
어서 빨리 피란가야겠다고
해 넘길 양식에 옷 한 벌에
밥그릇과 수저 한 짝
보퉁이에 챙겨넣고
여기 저기 나무 이파리 떨어진다
화가 난 세상으로부터
잠시 피신해야겠다고
따뜻한 남녘을 찾아간다
이방인의 계절 같은
이 동란에
정처없이 제 땅을 헤매다가
발에 밟혀 부서지고
목숨마저 빼앗긴다 할지라도
결코 투항하지 않겠다고
피란으로
나를 사수死守하는 것이다
한 겨울의
눈과 얼음에 밀리고 밀려
물 가까이 다다른다 할지라도
봄 햇살 같은 인천 상륙으로
나의 적들을 다 몰아낼 것이라고
오늘은 피란避亂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