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스러지는 찰나의 순간
한 번쯤 스치는 기억으로라도
만날 수 있다면
태고의 신비가 고스란히 묻혀있는
질펀하고 은밀한 곳에서
하나로 태었으면서
그토록 오랜 세월을
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세월을
고개숙여야 하는지
낮달이어도 좋으니
강물이 흘러 바다에 이르 듯
그대에게 이르고 싶어라
첫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겨울
수 천 갈래 마음 중 하나가
찬바람에 휘감겨
휘몰아치던 열병
일순간 잠잠해지고
한 동안 잘 견디는가 싶었는데
봄비로 내린
하늘에 닿은 그대의 눈물
나를 깨우고
지나온 계절을 생각해보면
오늘 이 순간
별것도 아닐 터이겠지만
물이 오른 지금
입었던 솜털 옷 한 겹 벗으니
세상은 온통 열애 중
그 까마득한 세월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그대의 입술
얼마나 간절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