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6일 수요일
오순택의 ´똥 한 덩이를 위한 소묘´ 외
<똥에 관한 시 모음> 오순택의 ´똥 한 덩이를 위한 소묘´ 외
+ 똥 한 덩이를 위한 소묘
아기가 변기에 앉아 있다.
똑-
똥 한 덩이 떨어지는 소리.
아기 얼굴에 꽃이 핀다.
엄마가 똥 냄새를 맡아본다.
젖내가 난다.
엄마 얼굴에 웃음이 핀다.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새 똥 몇 점
바람이 분다, 마른 명아주들이
일제히 흔들린다
바람이 공중에 쓰는
상형문자들이 옆으로 기운다
김환기화백이 붓끝으로 점을
쿡, 쿡 찍는다
하늘엔 별
땅엔 새똥
(장석주·시인, 1954-)
+ 어머나
할머니 어렸을 땐
똥이 곧 황금이었단다
호박에 똥을 주고
개도 똥을 먹었단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금 같은 똥
어디에 쓸까
어디에 쓸까 고민하던
할머니가
벽에 똥칠을 하고 있다
(신천희·승려 시인)
+ 강아지 똥
강아지 사 온 날
엄마와 약속했다,
강아지 똥은 내가 치우기로.
강아지 똥 치워 보니 알겠다,
오줌똥 못 가리던 나를
이만큼 키워 주신 엄마의 고마움을.
꼬리를 흔들며
나만 따라다닌다.
강아지 키워 보니 알겠다,
나를 우리 강아지라고 부르는
할머니 마음까지도
(정세기·아동문학가, 1961-2006)
+ 염소
염소똥은 콩 같지요.
그래서 아이들이 점심시간에
콩을 싸 오면
염소똥이라고 하지요.
나는 콩 싸 온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아이들이 염소똥이라고
놀리니까요.
그래도 콩을 누는 염소
나도 그 염소를 가지고 싶어요.
(경북 봉화 서벽 초등학교 3년 김창호, 1983.12)
+ 엿 장수 똥구멍은
엿 장수 똥구멍은 찐득찐득
참기름 장수 똥구멍은 매끈매끈
두부 장수 똥구멍은 뭉실뭉실
소금 장수 똥구멍은 짭잘짭잘
옹기 장수 똥구멍은 반질반질
(전래동요)
+ 똥 누고 가는 새
물들어가는 앞산바라기 하며
마루에 앉아 있노라니
날아가던 새 한 마리
마당에 똥을 싸며 지나갔다.
무슨 그리 급한 일이 있나
처음엔 웃고 말았는데
허허 웃고만 말았는데.
이리저리 구르는 돌들 주워 쌓아
울타리 된 곳을
이제껏 당신 마당이라 여겼건만
오늘에야 다시 보니
산언덕 한 모퉁이에 지나지 않았다.
떠나는 곳 미처 물을 틈도 없이
지나가는 자리마저 지워버리고 가버린 새
금 그을 줄 모르고 사는
그 새.
(임길택·시인, 1952-1997)
+ 문답법을 버리다
산에 와서 문답법을
버리다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
구름을 조용히 쳐다보는 것
그렇게 길을 가는 것
이제는 이것뿐
여기 들면
말은 똥이다
(이성선·시인, 1941-2001)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이혜영의 ´바람의 고민´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