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7일 목요일
정현정의 ´매미의 마을´ 외
<매미에 관한 동시 모음> 정현정의 ´매미의 마을´ 외
+ 매미네 마을
매미는
소리로
집을 짓는다
머물 때 펼치고
떠날 때 거두는
천막 같은 집
매미들은
소리로
마을을 이룬다
참매미, 쓰름매미, 말매미 모여
온 여름
들고나며
마을을 이룬다.
여름에는
사람도
매미네 마을에 산다.
(정현정·아동문학가, 1959-)
+ 매미
오동나무 위의
여름 악기.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작은 것
웅덩이가 작아도
흙 가라앉히면
하늘 살고
구름 살고
별이 살고
마당이 좁아도
나무 키워 놓으면
새가 오고
매미 오고
바람 오고
(황 베드로·아동문학가)
+ 매미 허물
소나무 둥치에 붙은
매미 허물.
속이 텅 비었다.
등에는
찢긴 자국
저런 자국,
엄마 배에도 있다.
(곽해룡·아동문학가)
+ 여름
해는 활활
매미는 맴맴
참새는 짹짹
까치는 깍깍
나뭇잎은 팔랑팔랑
개미는 뻘뻘
꿀벌은 붕붕
모두모두 바쁜데
구름만 느릿느릿
(권오삼·아동문학가, 1943-)
+ 매미
포플러나무에
달린
조그만 초인종
개구쟁이 바람이
놀리고 갈 때마다
맴
매앰
매앰매앰
여름이 울리네.
여름이 쏟아지네.
(강현호·아동문학가)
+ 매미 껍질
어쩜 그렇게 닮았니?
고구마 캐다
밤 줍다
메뚜기 잡다
다 보았어.
휙휙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
떡갈나무 둥치에
마당 맥문동 꽃대 위에
개울가 풀잎 위에
휙휙
아무 곳에나 던져둔
옷.
히힛,
어쩌면
내 버릇이랑 똑같니?
(유미희·아동문학가, 충남 서산 출생)
+ 매미·2
엉~ 엉~ 엉~
매미가 웁니다
슬퍼서 웁니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매미가
얼마 못 산다고
악을 쓰며 웁니다
매미야, 뚝!
그렇게 울다가
힘 다 빠지면 어떡해?
더 빨리 죽으면 어떡해?
(김미희·아동문학가, 제주 출생)
+ 매미
불볕더위 속
어디에선가
함성처럼 들려오는
매미 소리
저것은 생명의 찬가인가
피울음의 통곡인가
겨우 한 달 남짓한
짧은 생애일 뿐인데도
나 이렇게 찬란하게
지금 살아 있다고
온몸으로 토하는
뜨거운 소리에
늦잠에서 부스스 깨어난
나는 참 부끄럽다
(정연복,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신새별의 ´어깨동무하기´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