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내몸
이 곳 저 곳 비 많이 오고
바람 세차게 불었으니
떨어진 열매로
발 디딜 곳이 없겠다
어제까지 햇볕 잘 받아
탐스럽게 익었으니
내일 모레면 딴 생각 못하고
머리 예쁘게 쓰다듬으며
걷어드릴 손길로
마음 분주할텐데
저렇게 누군가
소망 같은 며칠 몇 시간의
목숨을 꺾어가는 것이 있구나
기다리지 못하는 삶이란
수직으로 낙하하는 것이다
뜨겁게 내민 눈빛
받아주지 않는 생이란
부딪혀 절명하는 것이다
꽃보다 먼저 지는
충격이란
소생없이 몸져눕는 것이다
멀쩡했던 육신이
썩는 것이란
한 순간의 일이로구나
떨어진 과일을 손에 들고
속 깊게 패인 상처가 애처로운듯
내 몸속으로
꾸역꾸역 밀어넣었다
언젠가 내안에서
결코 지지 않는 열매 얻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