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9일 토요일

내 육체의 신비 / 조만나스


내 육체의 신비 / 조만나스
제가 무시해 버릴 수도
벗어버릴 수도 없는 어떤 것에 대해
주님에게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저의 육체입니다.
저의 육체는 쾌락과 고통
근심과 자랑
당혹스러움과 전율의 근원입니다.

육체의 작은 부분이
저를 조금씩 괴롭힐 때까지는
저는 그것의 복잡성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저는 놀랍니다
주님의 창조의 가장 복잡한 부분이 인간의 뇌라는 것에.

저는 놀랍니다.
눈이 인간의 어떤 작품보다도 복잡다단하다는 것에.

육체의 미소한 세포마저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지니고 있다는 것에.

이제 겨우
우리가 어떻게 지어졌는지 조금 알기 시작했다는 것에.

육체를 통하여 제가 경험한 기쁨들을 생각합니다 -
음식의 미각, 자연의 아름다움
사물의 느낌, 벗의 친근함
부드러운 보살핌, 기운을 돋우는 따스함
그리고 말이 필요 없는 사랑의 만남이
육체를 통하여 제게 전해져 오는 것입니다.

제가 체험했던 주림과 원망을 생각합니다 -
이별의 쓰라림
노동에 따르는 피로, 질병과 부상의 고통.

저의 걱정과 의문들을 상기합니다
나는 사랑스러운가?
나는 매력적인가?
나는 너무 키가 크거나 작거나,
뚱뚱하거나 홀쭉하거나
얼굴이 검거나 파리하지는 않은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매력을 점점 잃어가지는 않는지?
나는 어떻게 고통을 직면할 것인지?
언급조차 회피하는 두려움: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창조주이며 친구이신 주님
제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주님의 지혜와 사랑을 노래합니다

제 존재의 한 올 한 올이
제게 주신 주님의 선물입니다.
제 안에 있는 것이나 타인이 지닌 것에
나쁜 것이나 추한 것이란 없습니다
다만, 사랑의 눈을 지닐 수 있다면,
주님께 나아가는 데
저의 육체를 통하지 아니한 다른 길은 없습니다
육체적 존재로서 끌어안고 있지 않은
그런 진리란 없습니다

펜을 잡고 있는 이 손
이 눈, 이 얼굴이
바로 주님의 사랑이 담긴 성사입니다.

그 사랑은 처음과 같이 항상
타인의
그리고 저의 육체를 통하여 제게 왔습니다.
저의 어머니의 젖가슴과
저를 잡은 손과
저를 안은 팔과
저의 눈을 들여다본 눈과
사랑의 밀어를 속삭인 입술을 통하여……

우리의 육체에 경외심을 갖도록 가르쳐 주십시오
그리하여 육체를 돌봄에 정성을 쏟게 해 주십시오
누구라도 그의 육체 때문에 경시하거나
거부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이 지상의 나그네길이 끝날 때까지
우리의 육체가 품위 있게 활동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그 날이 오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더 충만한 삶을 위해
육체가 껴안을 수 있는 것보다
더 강한 일치를 준비하게 해 주십시오.


오순택의 ´똥 한 덩이를 위한 소묘´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