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섬진강변
울타리속 미나리밭이 따뜻하다
물 아래 뿌리 내리고
목숨 질기게 살아가는 저것이
야사野史 아니던가
밖에는 아직 북풍 찬 바람이라
고개 숙이며 떨고 있는 것들 많은데
큰 방 하나에 가득 모여
등 기댄 채로 누워서 앉아서
하룻밤 꼬박 살 맞대는 저것이
민담民談 아니던가
새벽같이 일어나
양반집 안마당으로 일 나가서는
곱게 자란 화초의 흉도 보면서
궁궐 같은 대감집 기둥으로 출세한
나무에게 욕도 하면서
하루살이처럼
푸릇 푸릇하게 빛나는 저것이
어금니 깨진 막사발 같은
사설辭說 늘어놓는 것 아니던가
미나리밭에 한참 앉아 있노라니
저것을 닮고 싶어하는
풀이 있는 줄 알겠네
이제부터 민초들 세상 만든다고
누가 그러더니만
어깨에 힘이 들어간 사람들은
너도 나도 모두 미나리네
미나리밭 천지네
미나리밭 넓어질수록
기생하는 것 많은 줄 모르나 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