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기둥이 결코 아니다
저 밑바닥의 화구火口에서
불로 솟아올랐던 마음이
얼음과 부딪혀 찰라에 식어서
벽을 뚫지 못하고
그대로 쇠처럼 굳어진 것이다
두 번 다시 부러지지 않을 것이니
별리로 가슴 아픈 이라면
한 번쯤 탐내고 싶은
마음 얻을 육모 방망이다
물 속에 뿌리박힌 심이다
단단한 중심이다
당신을 여기 서귀포 중문의
지삿개 석벽까지 오게 한 것은
저것이 내가 가진 마음이라고
불길을 이겨내고 허리 우뚝 새운 것이
꽃대궁 같지 않냐고
단지 한 사람만
두 발 딛고 설 수 있는 섬 같아서
의심하지 말고
내 마음의 머리 위에 올라서라
그곳에도 꽃이 피고
새 날아와 앉아 있는 것을
부정하지 말아라
생은 가파르고 마음은 깎아지른듯
해서 절벽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물을 딛고 선
저 뜻이 너무 애틋하지 않는가
풍화로 칼날의 마음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