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일 월요일

회적

내안에 무성한 고조선
갈풀을 꺾어 피리를 분다
아리랑 타령 하면서
고구려가 만주 벌판을 넘어갔으리라
사발가 부르며
백제가 동해 바다 건너 갔으리라
육자배기 애끓는 소리 하면서
신라가 금강산으로 들어갔으리라
진양조에 자진머리 치며
고려가,조선이 대궐문을 닫았으리라
상여나가는 소리 들렸으니
대한의 제국이 잿더미로 남았으리라
강강수월래 흥겨운 장단에 맞추어
광복의 만세 소리 불렀으리라
수심가 깊은 가락에 허리 꺾어져
남북으로 피가 출렁거렸으리라
풀 같은 생들이 폭풍우에 쓰러져
발 딛고 일어설 수 없었으리라
풀보다 못한 목숨들이라
바람 앞의 풀처럼 흔들리지 말라고
입술 위의 풀처럼 소리내지 말라고
단단한 비석을 세워주었으리라
누가 야심한 무덤가에 앉아
풀피리 불어 깨우는가
풀처럼 누워있지 말고 일어나
휘적 휘적 풀 헤치며 풀 뽑으며
달 노래 한 곡 하라고 권하는
보름 밤에 풀 돋아나는 거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