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에 무성한 고조선
갈풀을 꺾어 피리를 분다
아리랑 타령 하면서
고구려가 만주 벌판을 넘어갔으리라
사발가 부르며
백제가 동해 바다 건너 갔으리라
육자배기 애끓는 소리 하면서
신라가 금강산으로 들어갔으리라
진양조에 자진머리 치며
고려가,조선이 대궐문을 닫았으리라
상여나가는 소리 들렸으니
대한의 제국이 잿더미로 남았으리라
강강수월래 흥겨운 장단에 맞추어
광복의 만세 소리 불렀으리라
수심가 깊은 가락에 허리 꺾어져
남북으로 피가 출렁거렸으리라
풀 같은 생들이 폭풍우에 쓰러져
발 딛고 일어설 수 없었으리라
풀보다 못한 목숨들이라
바람 앞의 풀처럼 흔들리지 말라고
입술 위의 풀처럼 소리내지 말라고
단단한 비석을 세워주었으리라
누가 야심한 무덤가에 앉아
풀피리 불어 깨우는가
풀처럼 누워있지 말고 일어나
휘적 휘적 풀 헤치며 풀 뽑으며
달 노래 한 곡 하라고 권하는
보름 밤에 풀 돋아나는 거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