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8일 일요일

신발 한 켤례

검은 눈동자의 소녀가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고
길도 없는 아프리카 사막을
맨발로 걸어가고 있다
푸른 옷 입은 여인이
굽 높은 꽃신을 벗어들고
잘 포장해 놓은 강변의
자갈길을 사뿐히 걸어가고 있다
구두 신고 가는 내가
길가 노점에 쌓아놓은
신발 한 켤례를 사서 들고
지하철을 타고 간다
누가 함부로 신 벗어들고
칼날 계곡을 거슬러 오르는가
누가 거친 돌 많은 산길을
신도 없이 돌아다닐 수 있을까
누가 신 버려두고
가시 많은 잡목에 찔리며
풀에 베이며 멀리 달아나고 있는가
신발 한 켤례 같은 마음을
누가 지녀서 발걸음이 가볍다
얼음도 불길도 이겨내고
처음의 길로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사랑도 댓돌에 가지런히 놓인
신발 한 켤례 같아서
왼쪽이나 오른쪽이나
짝 하나 잃어버리면 절뚝거린다
새 신발 한 켤례 신고
거뜬하게 날아가는 사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