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1일 토요일

얼음나무

한 겨울 내내 폭포 아래 걸아가는
나무가 있다
두 팔 벌려 맞이하는
여름의 시원한 소나기도 아닌 것에
옷 벗겨진 채 밖으로 내몰려 있다가
물 흠뻑 뒤집어 쓰고
밤새도록 이빨 부딪히며 덜덜 떨고 있는
저 가엾은 피붙이들
저 불쌍한 내새끼들
내몸의 어느 한 구석에서 떨어져 나와
대책없이 얼어붙은 겨울 나무들
따스한 어머니 봄 손길을 마냥 기다리다가
눈물 마저 얼음이 된 저 안타까운 것들
사랑할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고귀하고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우겨대는 것들 그래 너희들 저것들이
무슨 중죄를 지었는데
햇빛 구경도 못하게 하고 숨도 못 쉬게 하고
얼음의 감옥에 가두는 형벌을 주는 것이냐
저 원망의 희디흰 눈초리 보아라
그래 너희들도 벌거벗고
겨울의 한 데 나가 영하의 물 온통 맞고
사내의 뿌리도 계집의 엉덩이도
한 번 다 꽁꽁 얼어봐라
달도 보고 별도 보면서
새벽까지 그대로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물 맞으면서 서 있어봐라
손가락 대면 쩍쩍 갈라지는
얼음의 살갗을 가져봐라
너희와 피 섞인 것들
머리부터 발바닥까지 얼어봐라 얼어봐
그렇게 네가 발 딛고 서 있는 곳에
너의 무덤 하나 만들어봐
그것이 어떻게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너희들 한 번 말해봐라 말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