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7일 화요일

´백합의 말´ 외


<이해인 수녀 부활절 기도 모음> ´백합의 말´ 외

+ 백합의 말

지금은
긴 말을
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을 만나
되살아난
목숨의 향기

캄캄한 가슴속엔
당신이 떨어뜨린
별 하나가 숨어 살아요

당신의 不在조차
절망이 될 수 없는
나의 믿음을

승리의 향기로
피워 올리면

흰 옷 입은
천사의 나팔 소리

나는 오늘도
부활하는 꽃이에요
+ 부활을 맞으며

햇빛과 공기와 바람 물과 불과 흙
가족과 친지와 이웃처럼
너무 가까이 있기에
오히려 소홀하기 쉬운
제 주변의 사물과 사람들을
더욱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마음으로
사랑하는 가운데
감사의 기쁨을 새롭히게 하소서

부활하신 주님을 뵙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던
그 제자들처럼
저도 당신을 만나
계속되는 은혜로운 삶의 기쁨을
노래하게 하소서
+ 부활 단상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새들이 즐겁게 노래하는
이 새봄에
저도
완고함,
딱딱함,
고집스러움을 버리고

새로 돋아나는 연둣빛 잎사귀처럼
연하게
부드럽게
너그럽게
변화되게 하소서.
+ 부활 단상

세상은 무겁고 죽음은 어둡고 슬픔은 깊었습니다.
절망의 벼랑 끝에 눈물 흘리던 시간 위엔
고통의 상처가 덧나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이제 당신이 오시어 우리를 부르십니까.
두렵고 황홀한 번개처럼 오시어
우주를 흔들어 깨우시렵니까.
차가운 돌무덤에 갇혔던 당신이 따듯하게 살아오시어
세상은 잃었던 웃음을 찾았습니다.
사람들은 기뻐서 하늘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순간들이
부활의 흰 꽃으로 피어나게 하소서.
날마다 조금씩 아파하는 인내의 순간들이
부활의 흰 새로 날아오르게 하소서
예수께서 직접 봄이 되고 빛이 되어 승리하신 이 아침
아아, 이젠 다시 살아야겠다고
풀물이 든 새 옷을 차려입는 처음의 희망이여, 떨림이여.......
+ 어서 빛으로 일어나

주님 일어나십시오
돌무덤에 갇혀 있던 어둠을 밀어내고
어서 빛으로 일어나 우리에게 오십시오

죽음의 깊은 잠을 떨치고 일어나신
당신의 기침소리에 온 우주는 춤추기 시작하고
우리는 비로소 나태의 깊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힘으로
온 인류를 일으켜 세우신 그리스도여
죄를 뉘우쳐 눈이 맑아진 기쁨으로
오늘은 부활하신 당신의
흰 옷자락을 붙들고 산을 넘고 싶습니다

절망의 벼랑 끝에서도 끝내는 아름답게 피워 올린
자목련 빛 사랑을 드리고 싶습니다

감추어 둔 향기를 아낌없이 쏟아 내는
4월의 꽃나무들처럼 기쁨을 쏟아 내며
우리는 모두 부활하신 당신을 닮고 싶습니다
날마다 새롭게 생명의 수액을 뿜어 올리는
생명나무이고 싶습니다

어서 빛으로 일어나 우리에게 오십시오
+ 부활절의 기도

당신께 받은 사랑을
사랑으로 돌려드리지 못한
저의 어리석음조차
사랑으로 덮어주신 당신 앞에

한 생애 굽이쳐 흐르는
눈물의 강은
당신께 드리는 저의 기도입니다

깊고 적막한 마음의 동굴 속에
수없이 얼어붙은 절망의 고드름들을
희망의 칼로 깨뜨리며
일어서는 부활절 아침

오늘은 흰 옷 입은 천사처럼 저도
뉘우침의 눈물로 표백된
새 옷을 차려 입고
부활하신 당신을 맞게 하소서

막달라 마리아처럼 뜨거운 사랑과
아름다운 향유도 지니지 못한
미련한 저이오나
온 우주에 구원의 꽃을 피우신
당신을 기리기 위해
가장 날랜 기쁨의 발걸음으로
달려가게 하소서

시몬 베드로의 겸손한 믿음으로
저도 당신께 다가서서
가슴에 출렁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고백하고 싶나이다.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저의 사랑은 아직도
떠다니는 구름처럼
방황할 때가 적지 않음을 용서하소서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워진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임을
알게 하여 주신 주님,
오늘은 천상의 종소리를 들으며
다시 한번 기억하게 하소서

참회의 눈물로 사랑을 고백하여
새로워진 날들은 죽음을 이긴 날
언제나 눈부신 환희의
부활 축제라는 것을
+ 부활의 아침

문을
열어 주십시오.

너무도 가혹하게 사무쳐오던
고난에 멍든 세월을
다시는 기억치 않으렵니다.

죽음보다 갑갑하고 어둡던 시간
당신의 부재로 하여
아픔이 피와 같던 시간을 탄식하며
무덤 밖에서 절절히
목메어 울었었거니

굳게 닫힌 무덤의 문
훌훌히 죽음의 옷 벗으시고
이렇게 찬란히
빛 속으로 살아 오셨습니다.

아아 스승이여
슬프던 노래를 땅속에 묻고
승리의 흰 깃발 흔들며

매양 떨리던 가슴으로
다시 살은
나의 기쁨

당신의 부활로
해맑게 트인 영광의 새벽
내 부끄러운 길을
빛부신 사랑으로 씻어 주신 님

이제는 결코
놓치지 않으렵니다.

내 목숨
길이
당신 보며 살으리니

유일한 나의 삶은
사랑하는 것
죽는 것

주여
오십시오
열어 주십시오.
+ 부활절 아침에

깊은 잠에서 깨어나
창문을 열고
봄바람, 봄 햇살을 마시며
새들과 함께 주님의 이름을
첫 노래로 봉헌하는 4월의 아침

이 아침, 저희는
기쁨의 수액을 뿜어내며
바삐 움직이는
부활의 나무들이 됩니다.

죽음의 길을 걷던 저희에게
생명의 길이 되어 오시는 주님
오랜 시간
슬픔과 절망의 어둠 속에
힘없이 누워 있던 저희에게
생명의 아침으로 오시는 주님

당신을 믿으면서도 믿음이 흔들리고
당신께 희망을 두면서도
자주 용기를 잃고 초조하며
불안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해 온 저희는
샘이 없는 사막을 스스로 만들었습니다.

사소한 괴로움도 견뎌 내지 못하고
일상의 시간들을 무덤으로 만들며
우울하게 산 날이 많았습니다.

선과 진리의 길에 충실하지 못하고
걸핏하면 당신을 배반하고도 울 줄 몰랐던
저희의 어리석음을 가엾이 보시고
이제 더욱 새 힘을 주십시오.

미움의 어둠을 몰아낸 사랑의 마음
교만의 어둠을 걷어 낸 겸손의 마음에만
부활의 기쁨과 평화가 스며들 수 있음을
오늘도 빛이 되어 말씀하시는 주님

주님이 살아오신 날
어찌 혼자서만 주님의 이름을 부르며
어찌 혼자서만
주님을 뵈오러 가겠습니까

부활하신 주님을 뵙기 위해
기쁨으로 달음질치던 제자들처럼
저희도 이웃과 함께
아침의 언덕을 달려갑니다.

죄의 어둠을 절절히 뉘우치며
눈물 흘리는 저희의 가슴속에
눈부신 태양으로 떠오르십시오.

하나 되고 싶어하면서도
하나 되지 못해 몸살을 하는
저희 나라, 저희 겨레의 어둠에도
환히 빛나는 새 아침으로
어서 새롭게 살아오십시오.


+ 이제 당신이 오시어

세상은 무겁고
죽음은 어둡고
슬픔은 깊었습니다

절망의 벼랑 끝에
눈물 흘리던 시간 위엔
고통의 상처가 덧나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이제 당신이 오시어
우리를 부르십니까
두렵고 황홀한 번개처럼 오시어
우주를 흔들어 깨우십니까

차가운 돌무덤에 갇혔던 당신이
이렇게 따뜻하게 살아오시어
세상은 잃었던 웃음을 찾았습니다
사람들은 기뻐서 하늘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모든 순간들이
부활의 흰 꽃으로 피어나게 하소서
날마다 조금씩 아파하는 인내의 순간들이
부활의 흰 새로 날아오르게 하소서
예수께서 직접 봄이 되고
빛이 되어 승리하신 이 아침
아아,이젠 다시 살아야겠다고
풀물이 든 새 옷을 차려입는
처음의 희망이여, 떨림이여
+ 4월 - 부활절의 기쁨으로

당신이 안 계신 빈 무덤 앞에서
죽음 같은 절망과 슬픔으로
가슴이 미어지던 저에게
다시 살아오신 주님

이제 저도
당신과 함께 다시 살게 된
기쁨을 감사드립니다

시들지 않는 이 기쁨을
날마다 새롭게 가꾸겠습니다
혼자서만 지니지 않고
더 많은 이들과 나누겠습니다

빈 무덤에 갇혀 있던
오래된 그리움을 꺼내
꽃다발로 엮어 들고
당신을 뵈오러 뛰어가겠습니다

이토록 설레는 반가움으로
당신을 향해 달려가는 저에게서
지난날의 불안과 두려움의 돌덩이는
멀리 치워주십시오

죽음의 어둠을 넘어서
빛으로 살아오신 주님
산도 언덕도 나무도 풀포기도
당신을 반기며
알렐루야를 외치는 이날

다시 살아오신 당신께
살아 있는 저를 다시 바치오니
사랑으로 받아주소서
기쁨의 향유를 온 세상에 부으며
저도 큰소리로
알렐루야 알렐루야를 외치오리니......
+ 부활절의 기도

돌무덤에 갇힌 침묵이
큰 빛으로 일어나
눈부신 봄
빛이 어둠을 이겼습니다
용서가 미움을 이겼습니다

슬픔과 절망으로
웃음 잃은 이들에겐
기쁨으로 오시는 분
분쟁으로 얼룩진
이 세상에 평화로 오시는 분

산 위에 바다 위에 도시 위에
눈물 가득한 우리 영혼에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빛나는
단 하나의 이름 예수여
당신은 왜 그리 더디 오십니까?

오오, 주님
생명이 죽음을 이겼습니다.
이제는 살아야겠습니다.
하루하루를 수난의 마지막 저녁처럼
부활의 첫 새벽처럼 살아야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당신과 함께 죽어서
당신과 함께 살게 해 주십시오
당신과 함께 어둠 속에 누워서
밝은 빛으로 일어나게 해 주십시오
당신은 왜 자주 숨어 계십니까?
좀더 일찍 알아 뵙지 못했음을 용서하십시오.

당신이 부활하신 세상에서
이제 거짓 사랑은 끝난 것입니다
삶을 지치게 하는 교만과 불신이 사라지고
겸손과 감사가 넘쳐 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이기심의 무덤을 빠져나와
어디든지 희망으로 달려가는
하늘빛 바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오직 죽음을 이긴 사랑 하나로
새롭게 듣고 새롭게 말하고 새롭게 행동하는
부활의 사람들이 되게 해 주십시오

님이 오시는 들길을 웃으며 달려가는
연초록 봄바람으로 깨어있게 해 주십시오
알렐루야, 알렐루야...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오늘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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