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7일 화요일

유쾌한 배설

감나무에
감이 황토빛으로
제법 눈치있게 익었다
이웃집 고희 잔치에 간
달이
한 끼 푸짐하게 잘 얻어 먹고
돌아오는 하늘 언덕쯤
오래 묵은 쳇증
속 시원하게 터뜨리듯
한바탕 희망의 샛별을
질퍽하게 퍼질러 놓은 것 같다
풀밭에
들꽃이 속살빛으로
한결 운치있게 피었다
먼 신행(新行) 길 떠나간
새색씨가
어른들이 주는 대로 받아 먹고
볼일 보는 것 꾹 참다가
돌아오는 산 언덕쯤
급한 김에 치마 걷고
한바탕 소망의 돌탑을
우뚝하게 세워 놓은 것 같다
그렇게 귀한 손님으로
한 상 차려놓고
훌륭한 대접을 받은 것이
그들뿐이었을까 생각해 보니
나 또한
세상의 생일 잔치에 초대받은
누군가 잘 얻어 먹고
힘 준 사람이 있어
쑥, 하며 나온 배설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