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0일 수요일

대파밭에서

가파른 가슴 산비탈을
푸릇푸릇 뒤덮고
허리뼈 꼿꼿하게 세운
저것이 무엇인가 다가갔더니
오호라, 흥분을 가라앉혀주는
동총의 대파란다
그러니까, 옛 고기古記에
천산 산맥의 파내류라는 곳이 있어
겨울에도 죽지 않는
풀을 뜯어 먹었던 것이라는데
동토든지 열사든지
어디 던져 놓아도
쑥쑥 잘 자라는 한민족 같아서
저것이 맵고도 향긋하다
벗겨도 벗겨도 그 속을 알 수 없는
양파와 달리
속이 텅텅 비어서
잔뿌리 잘라내고 숭숭 썰었더니
독보다 강하고 피보다 진하다
눈 밝고 마음이 따뜻하다
불면의 내가 대파밭에 앉아서
굵직하게 다 자란 파 한참 뽑다가
소금기 땀에 절어
파김치가 되어 드러누웠더니
허공에 심어놓은 파란 하늘 한 단이
쑤욱 눈에 들어와 박혔다
내가 파 많이 넣은 설렁탕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