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8일 수요일

화상(火傷)

한 여름 볕에
화상을 심하게 입었으니
저리 붉게 물들었지
치료도 않고 오래 두었더니
늦은 가을이라
이파리 굵은 살갗이
땅을 향해
뚝, 뚝, 떨어져나가는구나
불에 덴 상처가 깊어야지
깊은 강물처럼 흘러갈 수 있다고
몸에서 떨어진
저 마른 버짐 쓸어모아
활활 불태우는 것 좀 보소
너도 나에게
불을 지르려고 다가왔지
목 마른 장작개비 같은 나를
부엌 아궁이에 살살 밀어넣고
내가 다 타버리도록
부채 들고
바람 세게 불어넣었지
날벼락 맞은 뼈마저
재가 될 때까지
쇠꼬챙이로 가슴 쑤셔대었지
뜨겁게 살 벗겨지는
상처를 입어야
불에 저를 껴안고 들어가야
새 살이 돋는 것이라고
새 날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저 허공의 화상 입은 홍시가
떨어져 지상에 부딪혀야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