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6일 일요일

아, 한강(漢江),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내 님은 강으로 흘러간다
사랑으로 흘러간다
고조선 단군 왕검의 어머니 웅녀로
내 님은 남쪽 북쪽 경계를 무너뜨리며 흘러간다
남한강 북한강 아니 한강으로 흘러간다
광개토대왕의 다물 고구려로 흘러간다
내 님은 백제 지나 신라 지나 가야 지나
내 님은 고려 조선 대한제국 임시정부로 흘러간다
일제강점기 내 님은 만주 너머 아리랑 고개로 흘러간다
내 님은 햇불로 흘러간다 촛불로 흘러간다
내 님은 마당으로 광장으로 흘러간다
마른 논에 흠뻑 쏟아지기를 바라던 소나기처럼
이제 그만 그치기를 바라던 장마비처럼
아,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 온 사랑인데
아, 얼마나 못잊어 다시 찾아 온 사랑인데
차마 떨칠 수가 없어
차마 뿌리칠 수가 없어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님이여 한강이여
아, 얼마나 오랫동안 숨죽이고 참아온 사랑인데
대립과 투쟁의 세상을 다 섞어서 버무려서
아, 인(仁)으로 이(夷)로 흘러가는
건곤(乾坤)으로 천지(天地)로 일월(日月)로
환하게 불 밝히며 흘러가는 배달 광명의 한강(漢江)
내 님은 아, 무명으로부터 해방되는 개벽(開闢)
내 님은 아, 골수에 내리꽂히는 경전(經典)
갑옷과 투구 쓰고 말 달리며 동화와 화합과 융합의
싸움터로 달려가는 한강의 푸른 물결에
혁명과 의거와 부활과 재생이 용솟음치고
내 님은 탐관오리를 내려치는 홍길동전
길동이의 둔갑으로 흘러간다
내 님은 구운몽의 성진이 꿈에 그리던 꿈속의
님을 만나 운우지정(雲雨之情)으로 흘러간다
내 님의 사랑은 멈추지 않고 강으로 흘러간다
내 님은 한강으로 흘러간다